"어쨌든 내 연인을 만났을 때 나는 이미 오랫동안 원시시대 동물뼈대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고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내 연인을 처음 본 곳도 바로 그 박물관이었다." 14쪽.

 

"나는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 연인과 브라키오사우루스 외에는 생각하고 싶은 것이 많지 않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잊고 싶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왜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가치조차 없었던 사소한 사건들을 기억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는 마치 사용된 인생의 증거로서 쓸모가 있다는 듯 백 번도 넘게 다시 그것을 뒤져 보여주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 내 인생에는 잊히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지 않았다." 15쪽.

 

"그들이 생존했던 기간은 세계사적으로 볼 때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발 하나를 바닥에서 들어올리는 데 필요한 시간조차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27쪽.

 

"나는 더이상 젊지 않았지만 낯선 남자의 몸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수줍음을 극복하고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벗은 몸을,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시들어가는 것이 측은하던 나의 벗은 몸을 프란츠의 벗는 몸 옆에 눕혔던 것을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31쪽.

 

"에밀레는 쉰아홉, 지빌레는 마흔아홉 살이었다. 나는 그 두사람이 내가 살아오면서 보았던 사람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이었다고 생각한다." 37쪽. 

 

나는 청춘의 사랑이 없었어. 어쨌든 행복한 사랑은 없었어. 내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고, 나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도 내가 좋아하지 않았지. 결함이거나 오만이었겠지. 행복은 닿을 수 없는 것이었어. 닿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거짓 행복이었을 거야.”47쪽.


“사랑이라는 것은 공룡과도 같아서, 모든 세상이 그들의 죽음을 즐긴다.” 49쪽.


“유탄파편은 전쟁의 불가사의한 유산에 속했다. 그것들은 살아 있는 작은 적들처럼 남자들의 몸에 박혀 있었고, 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면서 얌전히 있기도 했고 고통을 유발하기도 했다.” 52쪽.

 

"그들은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56쪽.

 

"그들은 이 저주받은 세기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마침내 사슬을 끊어버리고 마침내 아들들을 아버지들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는 힘을 어머니들이 갖고 있었다. 따라 해야 할 전사의 포즈, 권위자의 명령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었다. 남자들의 자의식에 그들의 이해력과 생활력과 웃음을 내맡기지 않은 어머니들에 의해 아들과 딸 들이 교육받을 때 어떤 일이 일너나는지 보여줄 수 있었다." 58~59쪽.

 

"명백한 숙명 속에 있는 나의 벗은 몸이 내게는 불쾌했다.” 61쪽.

 

"기억이란 진주의 내부에 들어 있는 이물질과도 같다. 그것은 처음에는 조개의 살을 파고든 성가신 침입자일 뿐이다. 조개는 그것을 외투막으로 감싸고 그것을 둘러싸고 진주질층이 하나씩 자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둥근 형상이 생기게 된다. 원래는 병적인 증상이 사람들에 의해 귀중품으로 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다." 88쪽.

 

"프란츠에 대한 내 감정의 억제할 수 없는 성질이 공룡성에 있었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문명적 규범을 무시하면서 그렇게 사랑했던 것이 내 안에 있는 공룡성, 원시적인 어떤 것, 격세유전의 폭력성이었다는 것을 이해했던 것이다. 언어를 필요로 하는 어던 것도 프란츠에 대한 내 사랑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없었다." 107~108쪽.

 

"아테는 사랑이 아마 믿음의 문제, 일종의 종교적 광기일 것이라고 말했고, 나는 사랑이 우리 안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자연이며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질서 전체는 그저 그것을 길들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44쪽.

 

"프란츠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게 된 후로 비로소 나는 그에게 다시 감사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에게는 다시 선택의 여지가 있다. 나는 그 세월 동안 내내 여기 내 방에 앉아서 프란츠를 사랑하는 것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몇 년이 아니라면 아마 통틀어 몇달을 프란츠를 애도하며 울며 지냈을 때조차도 그것은 나의 자유로운 의지였다." 150쪽.

 

"사람들이 점점 오래 살잖아. 프란츠가 말했다. 예전에는 인생이 끝나는 나이였던 때가 지금은 한창 중반 정도지. 그러니 사실 우리는 이제 겨우 서른이나 기껏해야 서른다섯 정도인 거야." 192쪽.

 

"점점 더 많은 짐승들이 온다. 크고 작은 짐승들이 조용히 다른 짐승들 사이에 앉는다. 나는 그들 한가운데 누워 있고 그들이 무섭지 않다. 나는 그들 가운데 한 마리 짐승이다. 짐승인 나의 몸을 휘감는 긴 팔과 뭉툭한 코를 가진 갈색 털의 원숭이다. 그렇게 나는 누워 있다." 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