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쓰기 모임 2(3: 몸을 살피다) _ 현정

 

 “체력은 노력하는 만큼 만들어 지는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엄마가 말했다. 내내 피곤하다느니 나는 저질체력이다, 이제 그만 쉬어야겠다, 조금만 있다가 할래. 미루어두었던 나의 근육들이 움찔거리는 말이었다. 정말 그럴 수도 있을까? 한 번 믿어보고 싶은 말이었는지 게으르게 누워있거나 하던 일을 멈추었을 때마다 잊히지 않고 떠올랐다. 그래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다. 10개월 전에 빌려서는 절반 밖에 읽지 못한 소설책을 다시 1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얼마 읽지 못하고 책을 덮으려는 순간, 맞다! 체력! 몇 줄만 더... 몇 줄만 더 읽어보자 했던 거다, 나는 내 몸의 한계를 경험하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했다. 스페인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걸을 때에도 모두가 하루 25km에서 30km는 충분히 걸을 때, 나는 15km 혹은 20km 정도에서 멈췄다. 그리고 쉬는 게 좋다고 오늘은 충분하다고 느리게 느리게 이동했다. 그때는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약속이 오전에 없다면 늦잠을 자도 괜찮다고 이불 속에서 굴러다니다 12, 1시 즉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하루를 시작했던 날들이 길었다. 힘이 드는 운동은 딱 즐거울 만큼만 하려고 했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 있고나서는 내 체력에 운동도 사치라고 말하며 겨우 계단 오르기와 앉았다 일어서고 뻐근해진 어깨와 목을 하루에도 수차례 주무르고 고개를 저어주는 것만으로 몸을 내버려두었다. 내다 버려두었다.

 세 계절 읽기모임 두 번째 책은 몸의 일기였다. 2주에 한 권을 읽어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읽기를 위한 몸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말하며, 읽지 못한 스스로를 설득했다. 읽기를 위한 몸은 무엇인가? 그런 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그렇다기보다는 (하고 나는 다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다) 하루 8시간을 노동해야하고 집안일도 게으르게 하고 있긴 해도 반복적으로 하고 있으며, ‘책을 읽기 위해서는 충분히 휴식한 다음날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나에겐 지금 그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해그래서 읽지 못한 거야. 모든 것을 해 낼 만큼 난 체력이 좋지 못하잖아? 어이쿠, 내가 내 꾀에 빠졌다. 굳이 힘들여서 할 필요 있을까? 라는 의문 덕분에 내 몸은 스스로 한계를 알지도 못한 채 생각에 자리를 내주었다. 스트레스가 더 나빠 난 지금 힘드니까 요리를 할 수 없어. 오늘만 사먹어야겠다. 오늘 너무 수고했으니 택시를 타야지. 이미 피곤하고 지쳤어. 고양이들아 너희끼리 놀아라. 내일은 청소를 할게 오늘은 그냥 잘래. 일상이 우선이지. 소설은 무슨. 사치스럽게.

 결국 내 바닥난 체력 덕분에 나의 생활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몸은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말 한적 없다. 언제나 머리가 나를 움직였고, 나는 순순히 생각을 따르는 사람이 되었다. 더 이상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건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다. 해결할만한 딱히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책장을 살피다가 아주 특별한 즐거움아티스트웨이를 다시 꺼냈다. 앞장부터 다시 읽었다. 벌써 5번째 시도이다. 12주 동안 책이 가이드 하는 대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시작하기 전에 쓰는 계약서에 다섯 번째 서명을 했다.

 

나는 나의 창조성과 강렬한 만남을 가질 것입니다. 나는 12주 동안의 과정에 충실할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매주 이 책을 읽고, 날마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매주 아티스트 데이트를 할 것이며, 매주의 과제를 충실히 해 낼 것을 약속합니다.

나는 이 과정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감정을 유발시킨다는 것을 잘 이해합니다. 나는 이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알맞은 수면과 식사, 운동, 자유로운 행동 들을 통해 나 자신을 잘 돌볼 것을 약속합니다.

 

유난히 마지막 항목에 밑줄을 긋게 되는 것은 내가 지금 끈덕지게 생각을 일궈낼 몸이 갖고 싶어서 일 것이다. 미련하게 다섯 번째 여행을 시작해본다.

 

 

 

3회 생활글_현정.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