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틀니를 뺀 그의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왔다고, 기다려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치자 허둥대고 있었다. 그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머릿속이 깜깜했다.   -82

 

자신이 타인에 대해 꽤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생각보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일수 밖에 없다. 관계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만날때와 가까이 만나고 긴밀히 지낼때가 모두 다 다르다. 때론 사소해 보이는 걸로 다투기도 하는데, 그것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그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하는게 관계에는 도움이 된다. 자기가 타인을 품을수 있는 역량이 어느정도인지는 과신하지 않는게 좋다.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믿지 말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거지  - 90

 

과연 관계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것처럼 반가운 관계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만나야 된다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다. 관계가 그렇게 집착한다고 유지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내 모습이 많이 슬펐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애쓰지 않기로 했다. 몇년사이의 내 관계 패턴을 알아챘으니, 이제 그 패턴으로부터 거리감을 좀 두고 싶다.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

 

다음 날도 선생님은 막 프린터에서 뽑은 원고를 건넸습니다. 저번처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땠는지 얘기를 해준다면 도움이 되겠다는 거였어요.    - 138

 

내가 짝지의 소설의 첫 독자가 될때의 긴장감과 부담감.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정도 비평하고, 좋은점을 발견해서 이야기 해주는건 참 어렵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그대로 이야기하면 상대가 기운이 빠지고. 그래서 첫 독자가 되는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대성씨가 누군가의 소설에 대해서 비평을 한다는 것도 이런 고민이 있지 않을까.

 

 

선생님이 새로 쓴 원고라며 프린트를 내밀었을 때 나는 맛있는 음식이 떠올라서 군침이 도는 것처럼 묘한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143

 

관계에서 영향력의 이야기. 누군가를 좌지우지 하고 싶은 마음, 혹은 누군가를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싶은 유혹은 누구나 관계에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법하다. 다만, 그 유혹에 이끌려 상대방을 마음대로 했을때, 상대방쪽에서 이런 내 의도를 캐치해 버리면, 관계에서 나에 대한 상대의 마음은 멀어져 버리게 된다. 상대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관계에서 누군가를 좌지우지 하고 싶은 유혹을 잘 읽어내는게 필요하다.

 

 

<타투>

 

아빤 사진반이었어.

그래서 기자가 된 거구나. 그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거야?

아니, 난 교사가 되고 싶었어. 근데 시험에서 세번이나 떨어졌어.

그런 얘기 처음 듣네.

지나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177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순간 잠시 만나는 지점. 아빠가 지나의 얼굴이 조금 밝아진걸 캐치를 했다면, 좀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을텐데.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순간은 그렇게 자주 있지는 않다.

 

 

<대머리>

 

게다가 희미하게 입 냄새까지 났다. 충치가 있거나 위장이 안 좋은 게 틀림없었다.   -193

 

관계에서 입냄새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참 민감한 부분이다. 나도 입냄새가 나는 편이고, 짝지도 가끔 입냄새가 난다. 서로 조심스럽게 상대 기분 안상하게 입냄새 난다고 이야기 할수 있는 사이라 다행이다. 나도 나의 입냄새를 신경쓰긴 하는데, 혹 나와의 관계에서 내 입냄새가 난다면, 조심스레 내게 이야기해줄수 있으면 좋겠다.